경주시민들에게 상처만 남긴 ‘K-트로트 페스티벌’
시민이 외면당한 시민들의 축제로 전락
-시민들의 관람석은 원정 온 팬클럽이 장악
-팬클럽 입장에 대한 초대권 유통경로 의문
-의무는 다하고 권리는 포기한 경주시
-보안요원과 시민간 고성과 몸싸움으로 얼룩
‘코로나 블루’를 한방에 날려버릴 최고의 트로트 축제가 경주에서 열린다고 자부했던 행사가 시민들 가슴에 상처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지난 6월에 기획된 ‘K-트로트 페스티벌 경주2022’ 축제는 경주시와 경북도가 후원하고 ㈜대구한국일보 주최로 17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경주시, 경북도가 각각 3억 원씩 총 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한국수력원자력이 1억 원, 행사를 주관한 ㈜대구한국일보가 5천만 원의 자부담으로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태풍의 상처가 아물기도, 완전한 복구가 이뤄지지도 않은 절박한 시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축제를 강행한 경주시의 처사에 시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조속한 태풍피해복구와 빠른 일상회복을 위해 민.관.군이 총력을 다하고, 더욱이 경주시민체전까지 연기하며 피해복구에 행정력이 총동원된 현실을 외면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축제를 강행한 경주시의 행정 또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일부 시민들의 반응이다.
또한 태풍피해와 무관한 시민들은 입장권 확보에 전쟁을 치렀으나, 막상 행사당일 스텐드석은 타 지역에서 응원 온 가수들의 팬클럽이 집단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무대와 가까운 그라운드 석은 특정인들과 특권층에 의해 점유됐으며, 일반 시민들을 위한 배려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경주시민들의 위안을 위한 ‘코로나 블루를 한방에 날려버릴 최고의 트로트 축제’라고 호언장담하며, 경주시가 후원한 축제가 행사의 목적은 상실한 채 소중한 혈세로 추최측 잇속만 챙겨준 꼴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피해보상금으로 살길이 막막한 태풍피해 주민들을 위한 복구지원금으로 3억 원이라는 예산이 사용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태풍피해복구 중에 축제를 강행한 주최측은 공연중에 모금함을 만들어 최소 1000원, 최대 10000원의 수재의연금을 객석으로 돌아다니며 모금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이날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안요원과 시민들과의 마찰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보안요원들은 그라운드 곳곳을 다니며 지정석에 앉지 않고 서서 관람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입장권 제시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거나 제시하지 않은 시민들을 강제로 퇴장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곳곳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주시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일상을 위로하고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의 입장권 추첨에도 많은 시민들은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주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추첨을 통해 초대권을 배부하며, 주소지 읍면동행정복지센터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추첨결과에 따라 무료 초대권이 배부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한정된 수량의 초대권은 추첨도 하기전 특정 단체 또는 특정인들에게 우선 배부된 것으로 알려져 한정된 수량에 행운의 기대를 걸었던 주민들만 우스운 꼴이 됐다.
이와 함께 시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입장권을 주최측이 보유하고, 1억 원을 후원한 한수원에 1000장을 지급했다는 소문의 진상과 더불어 나머지 수 천장의 입장권 사용처에 대한 상세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최측이 경주상공회소와 결탁해서 지역기업인들을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판매하려던 정황이 포착돼 취소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황성동에 거주하는 박모(여·46) 씨는 “타지역에서 방문해 스탠드석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 가수들의 팬클럽이 확보한 입장권의 유통경로에 대해서도 주최측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효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