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시장 화재예방, 안전의식으로부터
경주소방서 동부119안전센터장 배화수
분주했던 한 해를 정리하며, 사색하기 좋은 만추(晩秋)이다. 오색찬란한 가을이 나날이 깊어지는 때, 우리네 가정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과 일몰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필자는 대한민국 안전의 최전방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으로서, 매해 동절기마다 신경이 곤두서고는 한다. 화기(火器)를 사용하는 겨울엔 여타의 계절에 비해 화재가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소한 방심과 부주의가 대형 재난과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시기가 동절기(冬節期)이기도 하다. 인간이 불을 잘 다루면 유용하게 부릴 수 있지만, 통제하지 못할 때는 재앙이 되기도 한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동절기 소방대책에 관한 더욱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정이다.
우리네 전통시장은 정(情)을 나누는 소중한 장소이다. 대인관계가 소원해진 현대사회이지만, 전통시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호흡과 정성이 듬뿍 느껴지는 곳이다. 많은 이들이 모이고 교류하고, 정성껏 준비한 수확물과 물품을 나누는 만남과 소통의 장(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오랜 시간동안 이용해 온 전통시장은, 화재 취약지역으로서 각별한 관리와 점검을 필요로 하는 것도 양면의 사실이다. 전통시장에서는 담뱃불이나 전열기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화재 발생빈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방치된 가연성 물질이 연소를 급격히 확대시키고, 소방통로에 적재된 물건들이 소방차의 출동을 방해하여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우리 소방조직에서는 전통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점검, 관리하고 있다. 수시로 전통시장을 방문하여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정기적인 통로확보훈련을 실시하며, 도상훈련을 통한 대응훈련, 즉각적인 출동을 위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소방조직의 대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전통시장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인들과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상인들은 전열기 사용과 전기시설의 점검에 관심을 가지고 화재발생을 예방할 의무가 있으며, 자위소방대의 정기적인 훈련으로 만반의 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시민들 또한 전통시장의 취약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엄정한 시선으로 화재발생 가능성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인과 시민들이 정성(精誠)을 다하여, 관리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화마(火魔)는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만다. 무수한 화재현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주의를 기울이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화재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오래 남았다는 점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대응으로서의 소화기 1대의 조치가, 나중에 소방차 10대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다. 시민들이 인화물질의 사용에 유의하고, 손닿는 자리에 소화기만 비치해 둔다면 전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화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화재현장에 출동하여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화재를 진압하는데 경주하지만, 잿더미가 된 현장은 안타까움과 씁쓸한 기분만 남기고 만다. 불은 돌이킬 수 없고, 회복할 수 없다. 우리 모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만 더 노력하고자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