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비로자나불을 한 곳에서 만나다
비로자나불 30여점 전시… 5월31일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엑스포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비로자나불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 김태현씨(부산, 50)는 비로자나 부처님을 마주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정태호 사진작가의 ‘깨달음의 빛-비로자나불 사진전’은 지난해 7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1차 전시를 가진 이후 지방에서는 처음 열리는 전시다. 지난 18일 개막 이후 지역의 불자들 및 우리문화재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태호 작가는 전국에 흩어져있는 비로자나불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한 컷의 사진도 외부의 도움없이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로만 묶은 도록 ‘깨달음의 빛-비로자나불’이 10여년 간의 작업을 거쳐 지난해 완성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로자나불인 경남 산청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233-1호, 766년), 조성시기가 밝혀져 통일신라 후기의 불상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는 경북 봉화 축서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 995호, 867년) 등 전국에 흩어진 157좌의 비로자나불을 촬영한 1800여장의 사진 중 엄선한 3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긴 작업과정의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정태호 작가는 “순천 석현동사지 마애비로자나불좌상을 찾기 위해 ‘석현동 산1번지’라는 주소를 들고 찾아갔으나 하나의 산 전체가 산1번지였다. 마을 분들에게 물어도 정확한 위치를 들을 수 없어 산을 가로세로로 오르내리며 대여섯 시간을 헤맨 끝에 마침내 부처님과 마주했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의 비로자나불을 찾고 이를 도록으로 묶는 작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경남 창녕 영축산 법성사 법성보살의 유지를 받들어 작업을 준비한 수경화 보살, 글을 쓴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정태호 사진작가 등이 자료수집, 회의, 답사, 촬영까지 한 분의 비로자나불 부처님을 찍는데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실제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비로자나불상은 200좌에 이르며 근현대기의 작품을 제외하고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작품 157좌를 선별했다. 국보, 보물 등 문화재로 지정된 비로자나불 뿐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절터에 그대로 방치된 비로자나불까지 찾는 방대한 작업을 시작한지 10여년 만에 지난해 그 결실을 맺었다.
도록의 필자인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미술사학 박사)은 “원소재지를 알 수 없는 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흩어져있는 비로자나불상을 총망라해 그 의미와 특징을 정리했다”며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인 것 같다”고 밝혔다.
변영섭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전 문화재청장)는 “불교가 전해진 이래 이 땅에 자리한 비로자나불상을 두루 찾아 세상 사람들과 만나게 된 것은 우리 불교계의 경사이며 문화계의 경사”라며 “비로자나불 상을 정교하게 담아낸 작업은 입체예술과 평면예술이 주는 이로운 점 모두를 갈무리한 신개념 불사라 할 만 하다”고 전했다.
이두환 (재)문화엑스포 사무처장은 “전국에 산재한 문화재급 비로자나불을 만날 수 있는 지방 최초의 전시를 경주엑스포에서 개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이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한국불교문화의 역사와 가치를 확인하고 비로자나불의 의미를 꼭 만나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로자나불은 부처님의 진신(眞身:육신이 아닌 진리의 모습)은 광명(光明)의 부처이다. 범어 바이로차나(vairocana)를 음역하여 비로자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비로자나불상은 8세기 중엽에 출현하기 시작해 9세기 중엽인 통일신라 후기에 크게 유행했다. 이후 고려, 조선시대에도 대형 비로자나불상과 삼존불 또는 삼신불 형식의 비로자나불상이 조성되면서 이어졌다.
‘깨달음의 빛-비로자나불 사진전’은 엑스포문화센터 전시실 1층에서 5월31일까지 계속된다. 구효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