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컬렉션’ 전시관 유치전 돌입
근대미술의 발원지, 경주이씨의 본향, 부지제공, 건축비 분담
경주시가 ‘이건희 박물관·미술관’ 유치경쟁에 뛰어들기로 했다.
시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정부에 기증한 2만 3000점의 문화재 및 근현대 미술품 전시공간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주시가 이른바 ‘고 이건희 컬렉션’ 유치에 나선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 해 평균 15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대 관광지일 뿐 아니라, 신라 천년고도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민족예술의 발상지이기 때문.
특히 시가 주목하는 기증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달된 2만 1600여 점의 고미술품. 이 가운데 신라 관련 유물도 상당수 있는 만큼 가져와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 이에 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측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치 명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근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손일봉, 김만술 등이 후학을 양성했던 국내 첫 예술전문대학인 ‘경주예술학교’가 있던 곳도 경주.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회화, 서예, 조각, 도예 등 1000여 명이 넘는 각 분야의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고, 솔거미술관, 우양미술관, 알천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또 2019년에 제정된 신라왕경특별법에 따라 신라왕경 핵심유적 15개소에 대한 정비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데, 이건희 컬렉션과 연계된다면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고 이병철 회장과 경주와의 남다른 인연도 명분으로 작용한다.
그는 경주이씨 판정공파 후손으로 중앙종친회장을 맡았는데, 경주 동천동 소재 경주이씨 제실 앞에는 그가 친필로 직접 쓰고 희사한 ‘경모비’가 자리 잡고 있는 등 고 이병철 회장과의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이에 시는 경주이씨 종친회와 손잡고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 측에 뜻을 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낙영 시장과 김석기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경주이씨 종친회 이상록 회장을 만나 “이건희 컬렉션 전시관이 경주에 온다면 부지제공, 건축비 분담 등 모든 행·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경주역사 이전부지, 구 시청사 부지, 황성공원, 보문관광단지 내 육부촌, 경주엑스포대공원 등 삼성 측이 원하는 장소 어디라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시 이후 현재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로 서울만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건립되어야 하고 경주같은 중소도시에 세워질 때 더 큰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효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