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옮긴 ‘청와대 석불좌상’ 경주 귀환 염원한다
경주시·의회·시민단체, 청와대·국회 등에 탄원
경주시와 시의회,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 지난 29일 경주 이거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1977호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일명 청와대 석불좌상)의 경주반환을 청와대, 국회, 문체부, 행안부, 문화재청 등에 탄원서를 접수했다.
이 석불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 일인 상인에 의해 약탈됐다가 이듬해인 1913년 무단통치로 악명 높았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게 진상되면서 고향 경주를 떠나 서울로 옮겨졌다. 이 청와대 석불좌상의 귀환을 위해 경주시의 민관추진위가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해 4월 보물 제1977호로 승격된 청와대 석불좌상은 작년 10월 일제강점기 문헌인 ‘신라사적고’(新羅寺蹟考)‘가 발견됐는데, 불상의 원위치가 이거사(移車寺)터임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경주시와 경주시 의회,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로 구성된 민관추진위원회의 김윤근 경주문화원장, 이상필 경주향교 전교,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 한영태 시의회 운영위원장, 이채경 경주시 문화재과장은 청와대, 국회, 문체부, 행안부, 문화재청을 차례로 들러 하루빨리 불상을 경주로 반환해 달라는 경주시민의 염원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 자리에는 거울의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의 대표인 혜문스님이 동행했다.
민관추진위는 탄원서에서 “청와대 불상이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천년고도 경주를 떠난 지 100년이 지났다. 역사 적폐를 청산하고 불상을 제자리로 모실 수 있도록 청원한다”고 요구했다.
또 “청와대에 있는 석불좌상은 신라가 통일을 이룩한 뒤 문화와 예술이 최고로 발달해 불국사와 석굴암 같은 세계적 걸작품이 조성되던 시기의 작품”이라며 “경주시 도지동 이거사터에 있다가 청와대에 자리하기까지 연유를 살펴보면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러우며 죄스럽기 이를 데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돼도 너무나 잘못된 불법한 일이 바르게 논의되고 결정돼 불상을 경주로 돌려주신다면 경주시와 시민은 환원의식을 전 국민의 축제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향후 “예산을 마련해 이거사터를 매입한 뒤 발굴·정비해 훌륭한 불전에 불상을 모시겠다. 이 일이 완성될 때까지는 국립경주박물관에 모셔두고 전 국민이 관람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불상은 1912년 데라우치 조선총독이 경주 고다이라 료조(小平亮三) 자택에서 보고 탐을 내자, 이듬해 서울 남산 총독관저로 옮겨졌다. 1930년대에 청와대에 새 총독관저를 지으면서 이전됐다.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가 작년 4월 보물로 국가지정이 됐다.
경주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청와대 불상의 귀향을 추진해왔다. 2017년 9월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 시민운동본부가 발족했고, 지난해 9월에는 경주시의회에서 한영태 운영위원장의 대표발의로 ‘반환촉구결의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해 11월 경주시와 시의회,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민관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혜문스님 초청 학술토론회와 서명운동 등 청와대 불상 반환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김윤근 경주문화원장(운동본부 대표)은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가장 문화재 답다. 청와대 불상을 경주에 안치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이자 역사적 소명이다”면서 “보물 명칭도 출토지를 딴 ‘경주 이거사지 석조여래좌상’으로 고치고, 출처가 밝혀지면 돌려준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은 경주시민은 물론 전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효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