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수묵의 세계’
남북정상회담 ‘미술정치’ 빛낸 박대성 신작·소장품 100여점 전시
지난 4월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자리를 빛냈던 ‘장백폭포’와 ‘일출봉’을 그린 소산 박대성 화백의 새 전시가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열린다.
(재)문화엑스포는 소산 박대성 화백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두 번째 이야기>를 오는 5일(토)부터 경주솔거미술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지난 2월7일부터 3월4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의 화풍을 이은 전시로 한국적 정서와 맞닿은 소재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세로 4미터, 가로 8미터의 대작 ‘경주삼릉비경’과 ‘금강설경’, ‘아! 고구려’ 등 신작 60여점과 1996년 작품 ‘천년배산’이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 외에도 ‘반구대 소견’, ‘제주 천제연 폭포’ 등 대작부터 3, 4호짜리 소품, ‘황산곡 초서’, ‘완당 김정희 서’ 등 다양한 서예 작품까지 신작과 기존 소장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시(詩)·서(書)·화(畫)의 일치를 근간으로 하는 문인화적 사상과는 달리 소산 화백은 ‘서(書)’를 ‘글’이라기보다는 사물의 형태와 의미를 나타내는 ‘디자인’으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서(書)’의 ‘선(線)’에 주목하여 사물을 최대한 절제해 표현하는 반추상적인 표현법이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서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수묵의 표현이 한 화폭 안에서 선보인다.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라는 전시 제목도 이 같은 맥락이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소산은 전통 수묵과 담채를 구사하되 현대화단의 세계적 조류 곧 모더니즘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며 “초일류만이 살아남는다는 예술분야에서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그림의 세계에서 구현해 냈다”고 표현했다.
이두환 (재)문화엑스포 사무처장은 “박대성 화백의 소장품 기증으로 출발한 경주솔거미술관은 이제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기운생동 하는 박대성 화백의 새로운 걸작을 많은 분들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산 박대성은 한국화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수묵을 현대화한다는 점에서 겸재 정선(1676~1759)에서 소정 변관식(1899~1976), 청전 이상범(1897~1972)으로 이어지는 실경산수의 계보를 잇는 한국화 거장으로 회자된다.
소산 박대성 화백은 경주 남산에 정착하여 20년 가까이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작업에 몰두해 왔으며, 지역 예술발전을 위해 830점의 작품을 경상북도와 경주시에 기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건립된 경주솔거미술관은 2015년 8월 개관이래 2016년 소산 박대성 화업 50년 기념 <솔거묵향-먹 향기와 더불어 살다>전, 2017년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 <남산자락의 소산수묵>전 등을 개최해 왔다.
현대적 수묵화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두 번째 이야기>는 9월30일까지 경주엑스포공원 내 경주솔거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구효관 기자